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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자 심리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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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6-11 02:42 조회8,2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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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의 심리상담    -    성신여대 심리학과 김 정규1. 성폭력피해의 개인상담


성폭력 피해는 단순히 성적인 문제에 대한 피해가 아니다. 강제로 당한 피해의 경우는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절망적인 사건이고 근친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배신을 당하는 사건이다. 어느 경우든 성폭력은 피해자의 전인격에 걸쳐 깊은 상처와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긴다. 즉, 성폭력 피해자는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낌으로써 이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실존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되며, 근친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는 피해자가 자신의 존재를 의탁할 수 있는 존재근거를 빼앗김으로써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은 성장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친구관계 대인관계를 정상적으로 맺을 수 없게 되고 마침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만든다. 따라서 만일 피해자가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인격장애를 위시하여 여러 가지 정신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1) 아동의 성폭력피해 심리상담


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자신이 당한 일을 숨기려고 하므로, 부모나 교사들 은 아동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평소와 다르게 보이면 혹시 성폭력피해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말 이 없어지거나 무언가 숨기려하거나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갑자기 오줌을 싼다거나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좀더 자세히 관찰해보고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만일 성폭력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나 교사는 다음의 점들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 .


1. 너무 놀라거나 과잉반응하지 말 것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큰일났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는 대개 사건의 의미에 대해 막연히 좋지 않게는 생각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큰일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는데, 오히려 부모의 과민반응을 통하여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놀라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안절부절 하거나 한숨을 푹푹 쉬지 말아야 한다.


2. 아이를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말 것. 부모들은 흔히 "엄마가 그런 사람을 조심하라고 그랬잖아!" "아무나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아 !" 등의 말을 하면서 아이를 비난하는데 이것은 매우 좋지 않다.


3.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줄 것 외부사람에게는 물론이고 가족끼리라도 아이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알 필요가 있는 경우이외에는 비밀을 지켜주어야 한다.


4. 아이가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아이는 무언가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을 갖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또한 가해자가 아이에게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큰일난다고 말하거나 혹은 만일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침묵을 지킨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해도 괜찮다, 말해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


5. 말을 했을 때는 왜 이제껏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지 말 것 "이야기해 주어서 고맙다" 라고 말하라. 그리고 그만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 라고 말하라.


6. 아이에게 말로써 혹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애정을 표현해줄 것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해 주라.


7. 아이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줄 것 잘못은 분명히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주어라. 그리고 "다른 아이였더라도 마찬가지로 당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었겠구나"라고 이해해 주어라.8. 아이가 하는 말을 믿어줄 것 아이들이 성폭력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거짓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른들은 하도 엄청난 일로 여겨진 나머지 아이가 혹시 거짓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심정을 이해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는다.


9. 아이와 계속 대화할 것 계속적인 대화를 통하여 아이가 부모가 이해심이 많고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10. 아이가 계속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부모가 잘 이해해주고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듣지만 결코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가 느낄 수 있으면 계속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11.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었는지 외과의에게 진찰을 받을 것 그냥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의뢰해야한다.


12.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심리치료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부모나 교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


위에서 말한 것들은 부모나 교사가 일차적으로 아이의 성폭행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조치들이지만, 상담자도 위의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고 또한 부모나 교사가 부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여 아이들이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상담자는 위에서 열거한 이상적인 부모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아이의 마음 문을 다시 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아이 입장에서 볼 때 남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가 무척 두렵다. 더구나 상담자가 남자성인일 경우 가해자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래서 상담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절차는 우선 아이에게 친근감을 주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일이다. 이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루어진다. 주의할 점은 아이의 보조에 맞추어 아이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재촉하지 말 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의 경우는 심리적 억압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성폭력피해 아동을 상담할 때 주의할 점들


1. 아동이 가해자와 함께 살고 있거나 자주 만나야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에는 치료가 종결될 때까지 가해자를 아동으로부터 분리시켜 놓아야 한다. 만일 가해자가 아동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엔 계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또한 가해자나 식구들이 합세하여 문제를 덮어 버리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가해자가 가족성원일 경우 가해자를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가족을 해체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아동이 이러한 가족의 '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2. 치료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아동이 가해자를 다시 만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자가 함께 배석하는 것이 좋다. 가해자를 다시 만 남으로써 아동이 재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가해자가 아동을 협박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일어난 사건인 경우 형제들도 치료에 동참하는 것도 좋다.


3.치료가 끝났을 때도 가해자가 아동을 다시 만나는 것은 처음에는 반드시 공공장 소에서 만나는 것이 안전하다. 가해자로 하여금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표방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죄책감을 감소시켜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놀이치료


아동들은 아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놀이치료가 효과가 좋다. 놀이치료는 대개 인형 을 갖고서 놀이를 하면서 많이 하는데, 처음에 상담자는 수동적으로만 놀이에 참여한다. 즉, 아동이 지정해주는 역할만 연기하고 나머지는 관찰만 한다. 이때 상담자는 아동의 인형놀이를 통해 아이의 경험, 지식, 상태를 진단한다. 그러다가 차츰 아이의 상태를 공감하고 지지해주면서 친밀 관계를 형성하여 아동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이때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고 표현하거나 행위로 연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령, 인형을 들고 "이 집에서 너를 괴롭히는 일이 있니?"라고 물어서 아동에게 자신의 감정을 탐색해보도록 해줄 수 있다. 이때 의사, 경찰, 괴물 , 감옥, 아버지, 어머니, 아이, 등의 인형을 사용하면 내적 갈등이 쉽게 드러나기도 한다.


처음엔 인형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지만 나중엔 직접적으로 아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다. 이때 분노감정이나 슬픔의 감정 같은 것을 느끼고 표현하게 해주고 이를 공감하고 지지해줌으로써 이를 해결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아동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자각하지 못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가령, 괴물이 아버지를 잡아먹는 동작을 하면서도, "괴물이 아버지에게 화가 났니?"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단지 배가 고파서 잡아먹는 것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 이런 경우는 그냥 그러냐고 만 말하면서 받아주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억압된 감정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하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억압된 감정을 자각하고 표현함으로써 문제해결을 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이때 상담 자는 아동의 감정상태를 놓치지 않고 잘 공감해주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억압된 감정들이 해소되고 마침내 즐거움과 기쁨도 되찾아 천진난만한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 흔히 상담초기에 아동들은 성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을 보이거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차츰 상담을 통하여 문제해결이 되는대로 자연스럽게 자기 나이에 맞는 놀이활동 에 흥미를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들은 상담이 진행되면서 차츰 상담자를 믿고 의지하게 되는데, 상담자는 아동에게 '좋은 부모', '좋은 교사' 역할 을 해줌으로써 아동이 이를 내면화시켜 건강한 자기개념을 형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상담자는 수시로 아 동과 자신의 관계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아동이 자기를 편안하게 생각하는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유를 물어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피해 외에도 신체폭력이나 정서적으로 버림받은 체험을 함께 한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성폭력 피해 아동들에 비 해 여러 면에서 훨씬 심한 양상을 보인다. 즉, 이들은 낮은 자존감, 정서적 불안정, 충동적 행동, 파괴적 행동들을 보이는데, 치료자를 때리거나 말을 안 듣거나 도망가거나 자해행동을 하며, 혹은 치료자로부터 공격당할까봐 눈치보거나 치료자에게 게임을 져 주기도 한다.


이들 아동은 대개 상담자의 긍정적인 피이드백이나 칭찬을 잘 견디지 못하며, 보호자로부터 벌을 기대하며 때로는 일부러 벌받을 짓을 해서 처벌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때 상담자는 그들을 벌하는 대신 따뜻하게 수용해줌으로써 그러한 행동을 강화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정서적으로 방치된 아동이나 신체폭력을 당해온 아동들에게는 대개 음식물이 애정 대체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절히 음식을 강화제로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성폭력 피해 아동치료의 단기적 목표는 피해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정서적 안정을 통한 현실 재 적응을 도와주는 데 있지만, 장기적 목표는 성폭력 피해가 장기적으로 발달과정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긍정적인 자기 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흔히 성폭력 피해 아동은 부모로부터 적절한 애정을 받지 못한 배경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 치료는 단지성폭력 피해 문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상담자와의 '긍정적인 새로운 부모관계 형성'을 통한 새로운 자기개념의 형성 이 필수적이다.


2) 성인의 성폭력피해 심리상담


먼저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폭력피해자들 중에는 자신의 문제를 상담자외의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개인상담이 낫다. 개인상담에서 완전히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천천히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문제를 다룰 수 있다. 또한 개인상담에서는 지속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출 수 있고, 개인의 성장배경과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에게 적합한 처치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 대신 집단상담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혹은 유사한 체험을 한 동료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으며,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만이 그런 고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 고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지지와 격려를 함으로써 도움을 받는다. 또한 집단에서는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동기가 높아진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집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쇼크를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리이더는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편, 성인은 아동에 비해 이해력과 자기표현 능력이 우수하며 또한 치료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많으므로 치료에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아동기에 입은 성폭력피해를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기에 와서 상담을 받으러 온 경우에는 흔히 성격장애를 비롯한 여러 정신병리를 함께 나타내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아동들보다 대체로 장기적인 치료를 요로 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후유증을 많이 갖고 있는 피해자들의 경우를 중심으로 기술한다.


성인의 성폭력피해상담에서 피해자들의 전형적인 태도와 관련하여 상담자가 유의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즉, 피해자들은 대개 어린 시절 트로마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억압하고 있는데,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하고 왜곡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이들은 사건자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부정하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상태도 외면한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묻는 말에 곧잘 "괜찮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조차 그런 것을 보면 상담에 오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심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흔히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면서 알코올이나 마약으로 기분상태를 조작한다. 이들이 감정을 억압하는 이유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섣불리 잘못 감정을 표현했다가 이해 받지 못할 때는 더욱 상처만 커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실제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자각하고 표현함으로써 미해결 과제를 완결 짓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상담자는 피해자의 감정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동시에 그를 한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트로마사건을  재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트로마사건을 상세히 기억해내는 과정에서 그때의 상처받았던 감정을 다시 체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해결 감정을 자각하고 표현하여 사건을 완결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은 피해자에게 심한 불안을 야기하므로 피해자들은 애써 이를 직면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이 작업 은 상담자와의 튼튼한 연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피해자들은 흔히 생각과 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여 자신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생각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 이때 타인이라면 그런 경우에 어떻게 느낄까'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혹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수기를 읽어보게 하는 것도 좋다. 만일 피해자가 상담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느끼게 되면 점차 불안을 극복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때 상담자의 공감적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즉,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고 순수히 내담자의 입장에서 그의 경험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담자는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까지도 말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수치심과 고립감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운 마음상태가 된다.


성폭력 피해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접촉단절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망가졌으며, 버림받은 존재,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삶을 산다. 심리상담에선 피해자를 이런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피해자가 말문을 열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런 것은 어쩌면 피해 받은 사실자체보다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심정일 것이다. 상담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할 수 있으며, 그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비판하지 않고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될 때 피해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며, 그 결과 한없는 해방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성폭력피해상담은 개개 피해자의 현재적응상태와 기능수준에 따라 그에 맞게 해나가야 한다. 즉, 어떤 피해자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어떤 피해자는 정도가 심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개개인의 피해정도에 대해 알아보고 필요하면 심리검사를 실시하여 성격의 안정성을 평가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피해정도가 장기적이고 심하고 성격구조도 불안정한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상담에 따른 위험요인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성격구조가 취약한 피해자에게 너무 빨리 트로마 사건을 발굴하다 보면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심하면 자해행동, 자살기 도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거나 또는 목욕, 긴장이완 훈련, 친구와의 전화, 지지집단 참가 등을 통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성폭력피해 상담자의 태도


우선 성폭력 상담자는 친절하고 안정된 정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상담실에 찾아온 내담자들은 두렵고 불안한 상태에 있으므로 상담자의 친절하고 안정된 자세를 통하여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상담자는 일관성 있고 신뢰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피해자들은 세상과 타인에 대해 심한 불신감을 갖고 경계심을 보이는데 상담자의 일관되고 신뢰로운 모습을 통하여 상담자에 대해 신뢰를 형성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하여 차츰 세상에 대해 새로운 희망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이야기들은 매우 민감한 것들이므로 상담자가 공감에 실패하면 오히려 새로운 상처가 되므로 상담자의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표면적인 공감에 그치지 말고 세부적인 사실들을 잘 드러나게 한 후에 깊은 공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 있도록 수용적인 분위기를 마련해주면서 관심 있는 질문들을 해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피해를 당한 상황과 실제 있었던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해주어야 한다. 이때 취조하듯이 꼬치꼬치 캐어묻는 질문태도도 좋지 않지만 피해자를 너무 의식하여 구체적인 상황과 사건들에 대해 묻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것 도 안 좋다.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해사건이 일어난 구체적 상황과 장소, 가해자의 행동들, 그에 대한 피해자의 행동과 생각, 감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오빠가 방에 들어왔을 때가 몇 시쯤이었어요 ? 그때 아직 잠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지요 ? 오빠가 가슴을 만졌을 때 어떻게 하셨어요 ? 왜 가만히 계셨나요 ?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 그때 감정은 어떠셨어요 ? 식구들에게 말할 수 없었나요 ? 왜요 ? 어떻게 될까봐서요 ? 그 뒤로도 또 그런 일이 있었나요 ?


상담자는 피해자를 격려하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피해자들은 대개 좌절감과 우울감에 젖어 있으며 자신에 대한 무 가치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서 상담자는 피해자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자각시키고 그것들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도록 설득하고 격려와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 즉, 피해자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예컨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거라든지, 직장을 얻게 된 것이라든지, 대인관계에서 적응적으로 행동하는 모습 등등 찾아보면 무수히 많을 것이다 . 심지어 가출이나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자해행위, 매춘행위 등 파괴적인 행동들조차도 성폭력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적응노력의 한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성폭력피해 상담과정들


성폭력피해 심리상담은 대개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물론 모든 피해자들이 이러한 단계를 다 거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동일한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러한 단계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 상이므로 상담자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1. 치유결정


치료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그러나 자기자신을 도로 찾는 소중한 작업이다. 치료가 되었을 때는 이전에는 지나쳤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느낌과 감각으로 살 수 있게 된다. 이전에도 비치던 햇살이지만 전 혀 다르게 느껴지며 불어오는 바람도 정말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든다. 정 말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금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 삼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불필요한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치유를 위한 결정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치유를 회피하기도 매우 어렵다. 치유를 향한 존재의 몸부림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유를 시작하는 것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65세 여인의 증언을 보더라도 치유결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 수 있다. 단 하루라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 나 큰 희망이며 축복인가.


2. 위급상황


치료를 시작하면 갑자기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나고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들게 된다. 일도 나갈 수 없으며 하루종일 집에서만 틀어박혀 울게 되기도 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피해장면이 되살아나 견딜 수 없게 된다. 온통 생각은 성폭행피해 사건에 대한 충격적 감정으로 가득 차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 이 상황에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상해하거나 자살시도를 하지 말 것. 이 일로 인해 미치거나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을 것 전문상담가를 찾아 도움을 받을 것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도움과 지지를 받을 것 자신을 용납하고 받아들일 것 자신을 되도록 많이 보살필 것 시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룰 것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나올 것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은 당분간 보류할 것 당신은 매우 용감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심호흡을 할 것 신앙에 의지할 것 곧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것


3. 기억재생


많은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망각하거나, 기억하더라도 그에 따른 감정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은 당시의 감정까지 온전히 재생할 때 완전하다. 마치 슬라이드의 한 장면처럼 기억이 되살아난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차츰 더 자세한 장면이 되살아난다. 흔히 소리와 냄새 그리고 신체감각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기억이 갑자기 한꺼번에 되살아나서 감당하기 매우 힘 든 경우도 있다.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생한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경우도 있다. 기억이 되살아나려고 할 때는 억지로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말고 심호흡을 하며 긴장이완을 하고서, 가만히 기억이 되살아나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기억이 되살아나려고 할 때는 누군가 가 함께 있으면서 지켜 봐주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좋다. 가급적이면 최소한 한 사람 에게라도 되살아난 기억에 대해 이 야기를 하라. 어렸을 때는 혼자 고통을 당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기억이 되 살아나는 것 은 고통스럽지만 더 이상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료에 중요한 부분이다.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는 것을 알 아야 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 자신에게 시간을 주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은 기억이 나는 대로 노트에 적어가면서 그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때 자세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사실로 인정하기


피해자들은 흔히 자신의 지각을 의심한다. 성폭력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 그 리고 그것이 커다란 상처였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 써서 집단에서 읽는 것도 효과가 있다. 타인들의 경험을 듣는 것도 나에게 일어난 사 건을 믿는 데 도움이 된다. 한번 일어난 사건이라도 매우 중요할 수 있으므로 그 의미를 축소하기보다 는 그 영향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서서히 가능하다.


5. 침묵깨기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수치심 때문에 피해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가해자가 아는 사람일 경우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위협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더욱 심해진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비밀을 말하면 세상이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상상한 다. 하지만 침묵 속에 수치심은 더욱 자라고 피해자는 점점 더 고립된다. 침묵을 깨고 나옴으로써 치유가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은 수치심을 극복하고 치유 받는 데 매우 중요한 체험이 된다. 흔히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가까운 사람에게 말했다가 이해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거나 조롱 당하거나 거부당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다시 타인에게 피해사실을 말한다는 것이 무척 두렵다. 하지만 이런 공포를 극복하고 타인에게로 나아가는 용기와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고립과 폐쇄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은 일을 타인에게 말하고 따뜻하게 수용되고 공감 받을 때 치료가 이루어진다. 침묵을 깨고 말함으로써 당신은 수치심과 자신이 만 든 억압과 방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랑과 이해가 있는 밝은 곳으로 나아오 게 된다. 더 이상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 속에 갇혀있지 않고 밝은 미래가 보이는 삶의 현장으로 나오게 된다. 물론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를 잘 선택해서 해야 한다. 즉, 이해심이 있고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택해야 한다. 또한 이야기를 했을 때 경우에 따라 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해두어야 한다.


6. 내 책임이 아니란 걸 깨닫기


많은 피해자들은 성폭력피해를 입은 것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죄책감에 빠지는데 그렇게 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피해자들은 자존감이 무척 낮고 무가치감을 많이 느끼는데, 자기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무가치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말하자면 불행한 감정은 성폭행피해로 인한 결과인데 도 불구하고 오히려 결과 가 원인으로 뒤바뀌는 착각현상이 일어난다. 둘째, 피해자들은 가해자나 주변사람들로부터 혹은 잘못된 사회인식 등에 의해서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식의 말을 듣거나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가 이러한 생각을 내면화시켜서 자신의 잘못으로 느끼는 것이다. 셋째, 공격자와의 동일시 현상이 발생한다. 즉, 내담자는 강자의 입장과 동일시하면서 자신을 공격함으로써 괴로운 처지를 벗어남과 동시에 가학적인 쾌감을 느끼게 된다. 넷째, 심리적인 통제감을 얻을 수 있다. 피해자들은 성폭행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무기력감과 통제상실감을 느낀다. 즉, 자신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극도의 절망감을 느낀다. 그런데 성폭행피해를 자 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무의식적 심리는 그렇게 함으로써 통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피해를 입은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의 배경에는 자신의 행동여하에 따라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 다. 요컨대, 자신이 조금만 주의를 했더라면 혹은 적극적으로 거부했었더라 면 혹은 심지어 자기가 유혹을 하지 않았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의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데, 이러한 생각은 비록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생각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 해 자 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성폭행 당할 때 느꼈던 절망감과 무기력감보다는 낫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피해자들은 부당하게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치료에 있어 죄책감의 해결은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 데 하나다. 죄책감에 묶여있는 한 자신을 올바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문제를 벗어버리고 바로 일어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치유 는 피해의 책임을 명확히 가해자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을 죄책감의 굴레에서 해방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치료자는 이러한 과 정 에서 피해자를 따뜻하게 격려하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무척이나 많은 데 이를 슬기롭게 넘어가도록 세심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피해자들은 흔히 가해자로부터 애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즉, 자기에게 애정을 준 사람에게 원 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와 가까운 사이였다면 그에게 애정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서 그것 때문에 도덕적인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할 때 흔히 생리적 흥분과 쾌감을 느끼고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피해자는 자신이 그 행위를 즐겼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여 자책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 다. 우리의 신체는 성적인 자극에 생리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졌으므로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또 어떤 피해자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피해를 계속 받은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도 하는데, 이 런 경우조차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즉, 어린 시절 노우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손상되었을 경우 나이와 무관하게 이 런 문제점은 계속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16세의 소녀가 옷을 벗 은 채 아버지의 침대로 뛰어들었다 하드라도 아버지는 그러한 딸을 성적으로 접촉해서는 안되며, 당연히 딸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줄 책임이 아버지에 게 있다. 하물며 성폭력피해를 줄곧 입어온 경우는 말할 필요가 없다. 항상 잘못은 가해자에게 있다. 어린 시절의 성폭행피해에 대해 자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린아이들을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즉, 그들이 얼마나 어리고 힘없으며 아직도 오랫동안 보호를 필요로 하 는 존재인가를 보고 깨달음으로 써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7. 내부의 어린아이와 접촉하기


피해자가 자신의 억압된 분노감정을 해소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즉, 이제껏 살아오면서 늘 창피하게 생각하여 숨겨온 내면의 아이가 자각된다. 이 아이는 부끄러운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감추어진 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우울한 얼굴을 하고서 내면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 아이야말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내면의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진정한 치료는 이 숨겨진 내면의 아이와 접촉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진다. 많은 내담자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외면한다. 피해자들은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들을 보기 싫어한다. 그가 너무 약하고 무기력한 것에 대해 짜증내고 외면하고 싶어한다. 내면의 아이와 접촉하기가 힘든 이유는 자신의 가장 무력하고 고통스런 기억을 재생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무기력하고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던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 것은 또한 성폭력피해가 사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이다. 외면적으로 성공했고 화려해 보이기조차 하지만 내면의 고립된 아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결국에는 공허한 감정을 안고 산다 . 이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다. 어디를 가도 따라오며 배경에서 어 두운 모습을 드리운다. 할 수 만 있다면 영원히 떼어 내버리고 싶은 과거의 어둡고 초라한 모습이다. 그것 때문에 무엇을 해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조금이라도 즐거운 일이 있을라 치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징징거리며 보챈다. 피해자들은 내면의 불우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싫어 구박하고 외면하지만, 이들을 진정으로 만나고 이해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결 코 행복해질 수 없다. 왜냐면 그것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존재를 외면하고서는 온전한 자신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내면의 어린아이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고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변화 가 일어난다.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나 용감하게 버텨내오고 얼마나 훌륭하게 문제를 해결해 왔는 가를 알게 되면 그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내면의 아이와 날마다 대화하면서 보살펴주는 것이 좋다. 오늘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기분은 어떤지 물어 보면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과 인내심을 갖고서 보살펴주는 것이다. 매일 편지를 써보는 것 도 좋다. 그리고 어린 아 이가 되어 답장을 써보며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 어린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의 관계는 깊어간다. 아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매일 매일 내면의 아이를 정성스럽게 키워나가는 것이다. 때로는 아이에게 위로도 해주어야 하고 때로는 칭찬과 격려도 해주어야 하고, 또 때로는 아이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점점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나 속으로 통합된다. 내면의 아이와 만나는 한가지 방법은 피해자에게 어린 시절 사진을 가져오게 하여 사진 속의 아이가 얼마나 작은지 보게 하고, 그 아이의 외로움과 무력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그 아이와 접촉함으로써 아이에 대한 연민의 정과 사랑스런 마음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하여 마침내 내면의 아이를 밝은 곳으로 나오게 하여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순수성과 만나고, 그를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치료자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8. 슬픔작업


피해자들이 그 동안 억압해온 감정을 비롯한 자신의 내면세계와 접촉하게 되면 깊은 슬픔을 체험하게 된다. 자신의 잃어버린 순 결과 빼앗긴 어린 시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울게 된다. 그러나 이때 흘리는 눈물은 해롭지 않다. 오히려 상처를 씻어주는 소독약이 된다. 눈물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애도작업이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아파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진정으로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뼈아픈 상실에 대해 슬퍼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슬픔을 통해서만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픔을 통해서 마침내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받은 어린 시절, 사랑 받지 못하고 지나친 세월들,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희생한 수많은 시간들, 남들과 같이 걱정 없이 어리광부리며 떼쓰며 살지 못한 시간들, 잃어버린 꿈과 희망들, 위로 받지 못하고 혼자 어두운 곳에 숨어살았던 억울하고 회한에 맺힌 시간들에 대해 슬퍼하고 통곡함으로써 이를 치유 받을 수 있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떨고 있는 불쌍한 어린아이를 보며 애처로움과 연민으로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 피해자의 병든 영혼이 소생하게 된다. 이런 슬픔을 억압하 고 덮어두면 삶의 기쁨과 자발성이 사라지고 삶이 황폐화되어 버린다. 비록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성폭력피해 자체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충격적인 고통이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슬픔을 추가적으로 소화해낼 수 없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감정억압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성인으로서는 이를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억압할 필요가 없다. 한편, 이런 애도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기억으로 되돌아가 이를 다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는 무척 힘든 작업이지만 지켜 봐주는 상담자가 있고 또한 나 자신 속의 성인자기가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


9. 분노작업


분노는 매우 강력한 치유수단이다. 분노함으로써 억압된 감정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다. 가해자 혹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통하여 나 자신의 올바른 위치를 되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분노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해서 는 안 된다고 교육받아 왔다. 항상 상냥하고 친절해야 하며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참고 억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들 어 왔다. 그래서 피해여성들은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기보다는 억압하고 가해자에게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공격성을 발산해왔다. 분노는 치유 적일 수 있다. 부당하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분노는 건강한 반응이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수단이다. 분노는 피해자의 무력감을 회복시켜주고 억압된 에너지를 활성화하여 자신감을 회복시켜준다. 피해를 입었던 어린 시절에는 분노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억압하지 않고 표현해야만 한다. 분노는 자기정당성을 확보하는 치유적인 행위이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버리고 가해자의 입장과 동일시함으로써 자신과의 접촉이 상실된다. 분노감 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자기자 신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즉, 자기와 의 접촉을 회복하는 것이다. 분노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파괴적 행동과는 다르다. 오히려 분노감정을 억압함으로써 파괴적으로 된다. 만일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해버리면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즉, 자기 자신에게 향하여 자학하거나 자해행위를 하며, 음식물 과다섭취,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으로 자신을 파괴하거나 혹은 어린이나 배우자 등 자신보다 더 약 한 사람에게 향하기도 한 다. 치료자는 안전한 환경을 제시해주어 이를 표현하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분노는 건강한 감정이며 성폭력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자신의 분노를 바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간접적으로 분노를 체험하기도 한다. 또한 상담자는 피해자에게 신체동작이나 역할연기를 혹은 인형이나 타올을 놓고 때리는 동작을 시킴으로써 분노를 체험하게 도와줄 수 있다. 집단성원들에게 가해자의 언어, 제스츄어를 지시한 후 역할연기를 시키고 분노감정을 표현하도록 해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직접 말로써 하는 것, 편지를 쓰는 것, 침대에 주먹으로 치는 것, 인형을 놓고 때리기, 접시를 깨뜨리는 것, 고함을 지르는 것, 태권도를 하는 것, 에어로빅을 하면서 가해자를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 는 것을 상상하는 것 등이 있다.


피해자들은 종종 가해자에게 뿐 아니라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 양육자 특히 어머니에 대해서도 억압된 분노를 갖고 있는 경우 가 많다. 하지만 이를 자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감정의 자각은 어머니와의 유대관계를 단절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권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머니와의 유대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매우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 신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면, 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분노와 폭력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피해자들은 이 둘을 항상 같은 것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분노를 느끼면 자칫 폭력적으로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를 체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분노는 하나 의 감정일 뿐이다. 감정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통제 가능하다. 피해자들은 분노를 체험하면 상대방에 대한 애정도 함께 파괴해버릴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분노와 사랑은 양립 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분노의 표현은 오히려 사랑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줄 수 있다.


10. 폭로 및 대면하기


가해자가 가족성원이거나 혹은 아는 사람일 때 그를 찾아가서 비행사실을 폭로하고 대면시킴으로써 최종적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이는 무척 괴롭고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가해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중요한 행위이다. 또한 가해자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되므로 피해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피해자에 게 매우 중요한 행위다. 평생동안 수치스럽게 생각해서 비밀에 붙여 왔던 것을 폭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과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즉, 평생동안의 잘못된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일이며, 자신을 죄인시하고 숨어 지내던 처지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오도록 해방시켜주는 일이다. 그리고 평생동안 두려워 말도 못하던 압제자에 대해 항거하고 그의 죄를 밝혀 정의를 바로 세 우는 의로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은 폭로를 통하여 자신이 떳떳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체험을 한다. 즉,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가해자이며 자신은 떳떳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는 의미 있는 행위이다. 이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는 행위인 동시에 또한 가족의 잘못된 문화를 올바로 잡아주는 행위가 된다. 한편, 가해자들은 대개 피해자의 말에 승복하지 않고 가해사실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므로 이런 반응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때로는 가해자가 다른 가족성원들과 합세하여 피해자를 비난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야 한다. 폭로를 할 때는 가능하면 친한 친구나 기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대 동하여 가해자를 대면하는 것이 좋다.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경우는 전화나 편지로 하는 것도 좋다. 이때 가해자나 가족들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족들은 흔히 내담자의 이런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므로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에 더 의미를 두어 야 한다. 흔히 피해자들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폭로를 매우 망설이는데 이는 잘못 된 생각이다. 가족의 잘못된 행위를 덮어두는 것은 진정으로 가족을 위하는 행위가 아니다. 진실을 밝히고나서 참된 바탕 위에서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권에서는 부모나 가족의 잘못을 효도나 동기간의 정으로 덮어버리려는 경향이 심하므로 이 점에 대해 특히 유의해야 한다.


11. 용서하기


치유의 마지막 단계는 가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한 후에 용서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아픈 상처와 고통을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 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떤 형태로든 가해자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평생동안 가해자에 대해 증오심 을 품 고 사는 것은 가해자에게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해롭다. 가해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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