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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허용 규정은 ‘태아’를 기준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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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6-30 11:06 조회8,1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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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허용 규정은 ‘태아’를 기준으로 해야”
대한산부인과학회 모자보건법 개정안 제출
이상 시 태아는 24주 이내, 모체는 개월 수와 무관하게 적용을

 

2010년 상반기를 달궜던 낙태 논쟁에 대해 지난 6월 2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주관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학계는 최소한의 의학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가능’ 조건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까지는 학회 내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로 어떤 경로를 거쳐 법제화할지도 함께 논의 중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 집단의 이런 적극적인 법 개정 움직임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본인(임부)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로 규정된 현 법 조문을 “배아 혹은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있어 현재 의료 수준에서 볼 때 출생 후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날 토론회에서 산부인과학회 모자보건법개정안 마련 태스크포스(TF)팀이 제시했다.

김향미 TF팀 간사(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는 “태아의 이상 원인이 유전학적이냐 선천적이냐를 명확히 구분할 이유가 없고, 임부 본인이나 배우자의 전염성 질환이 반드시 태아에게 감염되는 것은 아니므로 태아를 중심으로 이상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 광의의 선천성 이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모체의 이상에 대해서도 TF팀은 “임신 자체로 인한 합병증이나, 내·외과적 및 정신과적 동반질환으로 인해 모체의 생명 또는 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거나 초래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로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모체 이상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협진 담당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한 시행령 개정안도 덧붙였다. 현행 모자보건법의 경우 “임신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낙태 허용 기간은 태아 측 사유에 의한 낙태인 경우 24주 이내, 모체의 안전과 관련한 사유 때는 임신 개월 수에 관계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낙태를 시행한 의료기관장은 매년 1월 31일까지 전년도 낙태 시행 결과를 광역자치단체장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낙태 시술엔 일반 산부인과 진료행위보다 더 생명윤리 및 의료윤리가 중요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보건의료 행정의 관점에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토론자들은 태아 측 사유를 중심으로 한 낙태 허용규정 개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주호노 한국의료법학회 총무이사는 “현행법은 태아 진단 기술이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태아 진단이 100% 가능한 현 시기를 반영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모체 측 낙태 사유에 대해 전종관 대한의학유전학회 산전진단위원장은 “모체 측 사유로 낙태할 경우 임신 24주 이상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오용될 여지가 있다”며 “24주를 넘으면 아이를 살려야 하고, 모체 측 사유에 의한 낙태라는 것은 위험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문일 대한산부인과학회 정보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건강’ 정의를 보면 이미 1948년부터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상태’로 정신 건강을 추가하고 있고 나아가 1998년부터는 영적 건강(spiritual well-bing)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임부의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낙태 사유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앞서 이영애 자유선진당 의원은 18일 국회도서관에서 ‘낙태: 사회경제적 사유의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다른 영역이므로 양자가 다투도록 할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환경을 개선해줘서 출산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이미 95.7%가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한다”며 “사회경제적 사유를 허용한다면 결국 모든 낙태를 합법화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대신 “임신과 낙태에 대한 남성의 책임성 강화, 미혼 육아가정에 대한 정부지원 증대, 관련 복지예산 증액, 전 국가적 생명교육 등을 국회가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1088호 [사회] (20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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