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대낮 주택가 골목에서 또 다른 초등학교 여학생이 30대 초반의 남성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과 13세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유사한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스럽다.
지난 2월 ‘김길태 사건’ 이후 법정형의 상향 조정과 전자발찌를 통한 위치추적 등 미성년자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및 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이러한 조치 속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은 집과 학교 주변에서 아이 혼자 방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주변에 도움을 청할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혼자 집이나 학교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아 성범죄자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아이들을 인면수심의 성범죄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관내 경찰, 경비 용역업체, 폐쇄회로 TV(CCTV)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 및 실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하지 말고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다시 말해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형량 강화, 신상 상세 공개, 전자발찌제도 운용 등 처벌 및 관리가 강화된 법률의 엄격한 적용과 동시에 성범죄 예방에 전 사회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강화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성년자 성범죄자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어른들의 강경하고 단호한 의지가 절대 필요한 때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연이어 일어나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그때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성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이젠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법’, 소위 ‘화학적 거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대책 및 예방에 많은 논란과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둔감해져 유사한 성범죄가 다시 발생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대책들을 자꾸 내놓을 게 아니라 이미 마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대한민국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미성년자 성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1091호 [오피니언] (2010-07-16)